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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희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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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시민의 승리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08.06.02 (14:05)  /  조회 : 1,690

  “역사를 고정적이고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말자. 역사에 선악을 적용시키고 현재의 도덕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재판장으로 삼는 일도 그만 두자. 편협하지 않는 눈으로 자유롭게 바라보고 수많은 견해를 쌓아가며 차분히 사실을 확인하자. 그렇게 하면 자연히 역사의 재미가 전해올 것이다.”


  자칭 자유주의 사관으로 무장했다는 일본의 우익그룹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주장이다. 새역모가 2001년에 만든 후쇼샤(扶桑社)판 중학교용 검정역사교과서 중에서 ‘역사를 배운다고 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서문 끝 대목이다.


  역사의 본질을 크게 호도하고 있다. 역사를 제멋대로 해석하면서 가치판단은 배제해야 한다고 우기고 그저 드러난 사실만 확인하면 된다는 발상이다.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태도는 그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다. 침략, 전쟁, 학살, 약탈 등의 행위가 그대로 용인되고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라는 논리가 바로 여기서 시작되고 있다.


  그렇게 아득바득 우기던 그들의 교과서는 그 해 여름 교과서로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채택률은 겨우 0.039%. 하지만 새역모는 다음 교과서 채택시기인 2005년을 기다렸다. 마침내 내년부터 쓰일 중학교용 검정역사교과서는 다시 나왔고 올 봄 일본정부의 검정을 통과했다.


  물론 그들의 역사 인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최근 들어 일본사회가 지난 2001년보다 훨씬 더 보수화 됐다는 점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간파한 새역모는 채택률 목표치가 10%라면서 대대적으로 선전공세를 펴는 한편 우익인사들을 동원해 채택률 높이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결과는 다시 새역모의 분패다. 채택 절차가 전부 끝난 현재 잠정 집계된 바에 따르면, 후소샤판 역사교과서 채택률은 0.38(책 권수 기준)에 불과하다. 이 모두가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 21’을 비롯해 ‘새역모 교과서 채택을 저지하는 도쿄 네트’, ‘스기나미구(區)의 교육을 생각하는 모임’ 등과 같은 일본 시민단체들이 혼신을 다하여 노력한 덕분이다.


  비록 이전보다 채택률이 10배로 늘어났으나, 채택률을 그 정도로 묶은 것은 일본시민의 승리다. 새역모 교과서 외 7개의 역사교과서 내용에도 침략을 옹호하는 등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분명 일본의 시민정신은 아직 살아있다.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중시하는 일본시민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계속적인 승리를 위하여.

 

2005년 9월 2일 조용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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