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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희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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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의 ‘고마운 사랑아’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08.06.02 (14:06)  /  조회 : 1,707

 “고마운 사랑아 샘솟아 올라라 이 가슴 터지며 넘쳐나 흘러라/ 새들아 노래를 노래를 불러라 난 흘러흘러 적시네 메마른 강산을.”


  평생을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몸 바쳤던 늦봄 문익환 목사(1918~1994)의 시‘고마운 사랑아’첫 연이다. ‘~메마른 강산을’ 되뇌다 나목(裸木)으로 가득 찬 겨울을 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 올해도 겨우 열흘 남짓 남았다. 세월이 무섭다.


  늦봄은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늘 아파했다. 그렇지만 확신했다. 사랑만이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그래서 사랑이 고맙노라고 피를 토하듯 외쳤다. 광야의 세례 요한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우리가 겪고 있는 세월은 사랑을 노래하기엔 너무도 메마르고 팍팍하다. 늦봄이 그렇게 아파했던 남북분단은 지난 10월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더욱 강고한 틀을 구축한 듯 보인다.


  게다가 분단의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에 전면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바로 양극화의 거센 바람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심해지고 젊은이들은 취업한 자와 취업하려는 자로 구분되기 시작했다. 양극화 심화가 수많은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수인 자살률이 26.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뿐 아니라 교통사고율, 산재율, 청년실업률 등이 상위권에 속해 있고 합계출산율은 1.08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자살률이 높은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단연 으뜸이다. 예컨대 지난달 생명인권운동본부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소위 한국의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의 지난해 자살률은 서초구 9.7명, 송파구 9.8명, 강남구 10.5명 등으로 타 지역보다 매우 낮았다.


  또 청년들은 격심한 실업사태로 결혼을 당면목표로 삼기조차 어렵다. 설사 결혼을 한들 내외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자면 출산은 꿈도 못 꾼다. 취업한 젊은 층 역시 결혼이 쉽지 않다. 어렵사리 취업이 됐지만 회사가 최소한의 인원만 채용해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떠맡아야 하기 때문에 늘 일에 치어 결혼은 뒷전으로 밀린다. 젊은 맞벌이 부부들도 사교육비 걱정에 출산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다.


  양극화의 거센 바람 때문에 사회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 그렇지만 희망의 실마리마저 모조리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온라인 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불특정 다수의 당신(You)을 선정했다. 이미 시대는 한 사람의 위인이나 지도자가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무수한 개개인의 생각과 활동을 통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우리의 팍팍한 삶을 바꿀 수 있는 주체도 몇 사람의 위대한 위인이나 정치가가 아니다. 바로 우리다. 내년은 대선이 있는 해이고 벌써부터 후보군을 중심으로 세 불리기 싸움이 한창이지만 그들이 우리의 문제를 온전히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일지 모른다.


  늦봄은 계속해서 외친다. 비록 지금 쓰리고 아프더라도 우리의 사랑을 내놓으라고 호소한다.


  “뜨거운 사랑아 치솟아 올라라 누더기 인생을 불 질러 버려라/ 바람아 바람아 불어 오너라 난 너울너울 춤 추네 이 얼음 녹이며//사랑은 고마워 사랑은 뜨거워 쓰리고 아파라 피멍든 사랑아/ 살갗이 찢기어 뼈마디 부서져 이 땅을 물들인 물들인 사랑아.”


  이번 세밑엔 유난히 늦봄이 그립다. 한 사람의 사랑이 세상을 바꾼다. 우리의 사랑도 이내 빛을 발할 때 있으리니.

 

2006년 12월 19일 조용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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