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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희년교회

희년(禧年·The Jubilee)은 50년만에 잃었던 땅을 되찾고 노예가 풀려나는 은혜의 해입니다(레위기 25장).
안식·해방·복권의 희년은 시공을 뛰어넘어 요청되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희년 칼럼잠실희년교회에 오신걸 환경합니다.

2000년 大禧年을 기다리며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08.06.02 (13:18)  /  조회 : 1,607

 날이 차다.나라살림살이가 나아졌다지만 실감을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의 주눅든 어깨가 더욱 쳐진다.아둥바둥 살았던 사람들.이 해도 이제 겨우 여드레만을 남겨놓고 있다.가슴엔 또 한 해 고통의 연륜이 쌓인다.


 제 앞가림하기 바빠 남을 위해서는 어떤 활동에도 참여하지 못했고 가난한 이웃을 위한 성금도 넉넉히 내지 못했던 사람들.그렇지만 IMF위기를 맞아 나라살림이 어렵다니 장롱 속에 두었던 애 돌반지까지 털어냈다.TV에서 딱한 사연을 볼 때면 1,2천원이나마 지원금을 보내려고 수화기를 들곤 했다.회사살림이 어렵다 하니 감봉도 마다하지 않았고 그저 일자리만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일념으로 군소리 하나 못하고 지냈던 그들이었다.그도저도 안돼 실업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도 있었다.


 'IMF졸업' 운운할 정도로 우리 경제는 몰라보게 회복됐어도 서민들의 몫은 그저 그대로다.주가지수가 1000선을 넘나든다거나 코스닥시장이 과열증세라는 뉴스는 다른 나라 이야기나 진배 없다.주식투자로 대박이 터져 팔자가 늘어지게 됐다는 사람들의 투자무용담에 주변머리 없는 자신을 탓할 뿐이다.
 

그럼에도 뉴 밀레니엄이라며 수백만원대의 고가 해외여행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울화가 치민다.화를 돋구는 뉴스거리는 그뿐이 아니다.옷사건으로 유명해진 󰡐호피무늬 반코트󰡑가 부유층 부인네들에게는 인기상품으로 부상하고 있고,특급호텔에서의 송년파티가 날로 이어져 서울의 강남 밤거리는 연일 인파로 교통혼잡이 인다.


 사유재산제도가 지켜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돈으로 능력껏 쓴다는데 탓할 수만은 없다.그래도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잠을 설친다.게다가 더욱 우울하게 하는 것은 극단적인 상업주의로 치장된 시간의식이다.2000년.새 천년 새 세기의 시작이다느니,아니 그것은 2001년부터 헤아려야 옳다느니 말도 많고 주장도 구구하다.2000년 1월 1일에 파란 해가 떠오를 것도 아니고 그저 일상적인 모습이 이어질 게 뻔한데도 집단적인 억지 감동만을 강요한다.


 다만 한가지.서력기원 자체가 기독교적 시간의식에 연유하기에 2000년의 성격을 되씹어보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구약성서의 시간의식은 50년을 한 주기로 본다.땅의 휴식을 위해 7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안식년이 7번 지나고 난 다음해,즉 50년째를 희년(禧年,Jubilee)이라고 부른다.2000년은 그러니까 50년씩 헤아려 40번째에 해당하는 대희년(大禧年)인 셈이다.


 희년이 되면 가난 때문에 노예로 팔린 자들도 해방을 맞고 다른 사람 손으로 넘어간 땅도 원주인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성서는 기록하고 있다.당초 희년은 유대인들에만 한정된 것으로 이민족에게는 배타적인 것이었다.물론 그 배타성은 신약성서시대의 기독교에 와서 비로소 극복된다.이로써 희년정신은 󰡐해방과 복권󰡑의 세상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모든이들의 희망이 됐다.희년의 의미는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도 삶의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남았다.


 지난 88년 한국의 교계는 분단 50년째인 1995년을 󰡐통일희년󰡑으로 정하고 통일을 일구어보자고 노력했다.비록 성취되지는 못했지만 이로써 통일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주제가 됐다.최근에는 국제적으로 기독교단체를 비롯한 비정부기구(NGO)들이 󰡐희년2000년연합(Jubilee 2000 Coalition)󰡑을 결성하여 부자나라들에게 가난한 나라에 대한 부채탕감을 요구하고 나섰다.이미 지난 6월 서방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부채탕감요구가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사실 우리사회만큼 대희년이 절실히 요청되는 곳도 없다.분단은 계속되고 있고 계층간 화합보다는 갈등이 더 심화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오늘날 자본이 종종 국내외 자본끼리 대결양상을 보이면서도 기본적으로 민족을 초월하여 강한 연대를 추구하는 것처럼 가진자들의 연대는 더욱 공고해지면서 그들만의 세상을 꿈꿀 뿐이다.실제로 모레가 성탄절이라지만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예년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다.마찬가지로 정치권도 여야 권력다툼이 치열하나 그 과정에서 소외된 것은 서민일 뿐이다.


 권력과 자본이 이토록 배타적 태도를 보이는데 2000년 대희년이 돌아온들 꿈쩍이나 하겠나.그래도 우리는 대희년의 도래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다른 희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우리사회의 배타성을 걷어낼 때 비로소 2000년은 우리에게 의미를 가지고 다가올 것이다.그러나 바깥은 여전히 차다.

 

1999년 12월 23일 조용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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