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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희년교회

희년(禧年·The Jubilee)은 50년만에 잃었던 땅을 되찾고 노예가 풀려나는 은혜의 해입니다(레위기 2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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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편지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08.06.02 (13:50)  /  조회 : 1,667

  “엄마 미안해. 등에 오줌 안 쌀 테니 한 번만 더 업어 주(세키구치 마사오-남, 60세).” “엄마 외로우면 거울을 봐. 그 속에 똑같은 얼굴 한 내가 어김없이 있을 테니까(시마 교쿄-여, 17세).”


  일본의 한 시골 마을 마루오카에서는 1993년부터 짧은 편지 쓰기 대회가 매년 열린다. 앞서 소개한 것은 ‘어머니’를 주제로 한 제1회 대회의 수상작품집(‘참 다사로운 어머니께’, 노미영 역) 중 일부다. 남녀노소를 떠나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이 넘친다.


  제4회 대회의 주제는 ‘아버지’. 수상작품집(‘가끔 쓸쓸한 아버지께’)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어쩐지 가족들과 잘 융화하지 못하고 겉도는 듯한 모습이다. 그렇지만 그런 아버지조차도 그리움의 대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버지와 싸운 밤 울었습니다. 이겼기 때문에 울었습니다(이시이 요조-남, 22세).” “아버지의 책상다리 안쪽은 따뜻하겠지요. 한 번 앉아보고 싶었어요(후지이 우메코-여, 65세).”


  좋은 글을 만나면 가슴이 뛴다. 가슴으로 쓴 편지는 더욱 그렇다. 마루오카 마을의 편지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도 그 속에 깊은 그리움 담겨있기에 가능하다. 편지글이 주는 풋풋한 감동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네 현대인들은 기계적이고 즉흥적인 이메일·전화 소통에는 익숙하면서도 편지 쓰기는 거의 잊고 살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도 신선한 편지글을 만났다. 올 봄에 중학 2년 생이 된 둘째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보낸 편지다. ‘2학년 10반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는 “새 담임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생각으로 학생을 지도할지 궁금해 할 것”이라며 선생님의 자기소개를 비롯하여 학급운영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A4용지 한 장을 앞뒤로 빽빽하게 쓴 편지는 올해로 교사 경력 3년째를 맡는다는 젊은 선생님의 패기와 교육에 대한 열정이 엿보였다. 바른 학생지도는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연대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주장을 비롯하여 올 1년 동안 학생들을 학급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감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책 읽기를 강조하고 학생들을 대할 때는 각자의 성적보다 개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선생님의 의지표명에는 학생들에 대한 진한 애정이 스며있었다. 체벌에 대해서도 인격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겠다고 했다. 가벼운 ‘볼 살 늘리기(볼 꼬집기)’로 체벌을 대신하되 꼭 필요한 경우에는 매를 들겠지만 학부모가 거부한다면 이 방법 역시 재고하겠다는 융통성도 보였다. 이뿐 아니라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통해 자주 연락을 나누자는 호소도 잊지 않았다.


  교육이 황폐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해온 참이라서 우리에겐 은연중에 교육현장을 비하하는 마음이 자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의 애정 어린 편지가 그간의 편견을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해 준다.


  사랑을 담은 편지가 오가는 한 우리 교육 현장은 아직 견실하다. 모든 학교에서 교사·학부모 간 그런 편지교류가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2003년 3월 10일 조용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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