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ntact Us | 관리자

잠실희년교회

희년(禧年·The Jubilee)은 50년만에 잃었던 땅을 되찾고 노예가 풀려나는 은혜의 해입니다(레위기 25장).
안식·해방·복권의 희년은 시공을 뛰어넘어 요청되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희년 칼럼잠실희년교회에 오신걸 환경합니다.

政敎 분리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08.06.02 (14:01)  /  조회 : 1,653

  하나님은 교황에게 두 개의 검을 주었다. 영적 영역의 검과 세속사회의 검이다. 교황은 세속 군주에게 세속사회를 다스릴 수 있는 검을 맡겼지만 세속 군주가 엉뚱한 목적으로 검을 사용하면 언제든지 그 검을 빼앗을 수 있다.


  중세 교황의 권위를 주장하는 ‘두 개의 검 이론(two sword theory)’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종교개혁과 함께 사실상 폐기된다. 교황의 절대적 영향권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던 유럽의 세속 군주들은 당시 교황의 권위를 비판하는 프로테스탄트와 연합해 교황의 간섭을 물리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세속군주들은 프로테스탄트를 새로운 국가통합의 도구로 활용하려고 했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를 바르트부르크성(城)에 숨겨주면서 종교개혁 운동을 후원했던 작센 선제후(選帝侯) 프리드리히 3세도 그 중 하나다.


  이후 유럽은 신·구교를 각각 옹호하는 세속 군주 간 대립이 격화하면서 엄청난 살륙의 역사를 겪는다. 신앙의 광기, 바로 16~17세기의 종교전쟁이다. 뒤이어 18세기에 등장한 계몽주의 지식인들은 종교전쟁의 참상을 반성하고 종교적 관용을 강조한다.


  세속 군주들 역시 종교적 통합이 국가통합의 원리가 되지 못하며 종교갈등이 오히려 국가질서를 해체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그 결과 성과 속의 구분, 이른바 국가의 정교(政敎)분리 원칙이 탄생했다. 이렇듯 정교분리는 근대국가 탄생과정의 아픈 역사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오늘날 우리나라를 비롯해 거의 모든 나라 헌법에 명기돼 있다.


  엊그제 일본 자민당은 평화헌법 개정안에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예외조항을 두겠다고 밝혔다. 총리·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위헌 소지를 아예 없애려는 목적이다. 정교분리 원칙은  서유럽에서 벌어진 수세기에 걸친 살륙과 죽음의 역사를 넘어 어렵사리 인류가 쟁취한 것임에도 일본은 되레 역사를 거슬러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겠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일본이 전근대 국가로 퇴보하느냐 마느냐는 관심 밖이다. 다만 그 퇴보가 과거 천황을 정점으로 한 국가 통치시스템과 국가신도의 교묘한 결합을 방조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천황이 국가신도의 살아있는 최고신(現人神·아라히토가미)으로 군림하면서, 자국 백성은 물론 인접국 백성에까지 폭력적으로 국가신도를 강요하고 통치를 달게 수용하라는 식의 정교일치의 역사가 괴멸된 지 60년도 채 안 되었거늘…. 자민당의 퇴행성 역사의식이 두렵기만 하다.

 

2004년 6월 2일 조용래 논설위원

 

 

목록 답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