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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희년교회

희년(禧年·The Jubilee)은 50년만에 잃었던 땅을 되찾고 노예가 풀려나는 은혜의 해입니다(레위기 25장).
안식·해방·복권의 희년은 시공을 뛰어넘어 요청되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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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쳐서 보습으로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08.06.02 (13:29)  /  조회 : 1,575

  우리만큼 역사적으로 이민족의 지배에 시달렸던 나라는 그리 흔치 않다. 중국으로 대표되는 대륙세력과 일본 미국을 축으로 하는 해양세력은 끊임없이 우리를 어려움에 빠뜨렸다. 그 비운의 끝은 다름 아닌 남북분단이었다.


  한 역사학자는, 우리의 현대사는 아직 시작되지도 못했으며 우리에겐 그저 분단사가 있을 뿐이라고 갈파했다(강만길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분단이 전근대적인 제국주의 지배체제가 남긴 일그러진 잔영이라는 점에서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의 현대, 현대사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다행히 최근 남북한에 불어오는 뜨거운 해빙의 바람은 분단극복이 머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남북한 정상이 만나고 뒤이어 장관급회담이 열리는 등 상호교류가 급진전되고 있다. 이산가족들은 서로가 만날 채비를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남북간 협력사업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끊어진 경의선을 연결하자는 결정도 나왔다. 남북한간 철도연결은 지난 반세기 동안의 대립을 뛰어넘는 상징적 사건일 뿐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다. 철길을 따라 물건이 오가고 사람이 드나들면서 막혔던 장벽은 곧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것이다.


  경의선 복원공사는 내년 가을 완공을 목표로 오는 9월부터 시작된다. 복원해야 할 구간은 겨우 20㎞밖에 되지 않지만 그 사이에는 대략 10만여 발의 각종 지뢰가 뭍혀 있을 것이라는 군 당국자의 이야기다. 그간의 남북간 적대관계가 얼마나 끔찍했었던가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다만 지뢰제거에는 군의 전문인력이 동원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 남북한은 한 차원 높은 또 다른 협력관계를 이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바로 비무장지대 안에서 남북한 군대의 공동 지뢰제거사업이다. 물론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의 공사이니 만큼 정전협정 당사자인 미국 중국 등과의 협의도 필요할 것이며 남북한간의 긴밀한 논의가 전제되어야 할 사안이다.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 여전히 총부리를 겨눠왔던 양측 병사들이 총을 놓고 지뢰를 제거하는데 힘을 합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 이상 한반도의 평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없을 듯하다.


  우리 이상으로 인근 강대국의 끊임없는 침략을 겪어왔던 이스라엘은 평화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현실은 외세에 의해 온갖 모욕과 억눌림 속에 처해 있었지만 언젠가는 평화(샬롬)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한 예언자는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드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주장할 정도였다.


  남북한이 이뤄갈 세상도 그러한 평화가 구현되는 세상이다. 공동지뢰제거사업으로 남북한의 평화만들기는 이제 구체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00년 8월 7일 조용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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