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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희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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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스카에서 본 군사대국 일본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08.06.02 (13:31)  /  조회 : 1,693

  지난 8월말 휴가를 겸해 아시아인의 연대를 다짐하는 국제회의 참석 차 들른 일본의 여름은 무척이나 무더웠다. 폭염이 연일 이어졌지만 주최측이 준비한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 견학은 더위를 싹 가시게 하기에 충분했다.


  견학이라고는 했지만 초청을 받아 기지 안으로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저 배를 타고 요코스카 앞바다에서 기지 주위를 살펴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해군기지의 특성상 육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바다 쪽에서는 낱낱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자못 컸다. 더구나 요코스카는 미 태평양함대 소속의 항공모함 키티호크호의 모항(母港)일 뿐 아니라 일본 해상자위대의 총사령부가 위치한 곳이 아닌가.


  요코스카기지는 현재 일본의 해상자위대와 미 해군이 반반씩 점하여 기지로 사용하고 있으며 일찍이 일본제국해군에 의해 개발된 천연의 요새지로 유명하다. 안내를 맡아준 일본기독교단의 미야자키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기지 주변을 둘러싼 크고 작은 언덕 지하에는 메이지시대에 만들어진 연료저장탱크며 탄약창고가 숨겨져 있다고 했다.


  때 마침 키티호크호가 정박중이었다. 91년 걸프전 때에도 출격한 바 있다는 키티호크호는 바로 여기서 발진했다. 그 옆으로 구축함 호위함 등이 즐비하다. 태평양전쟁의 단초가 됐던 진주만기습도 여기서 발진한 구 일본제국 해군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그 후예인 해상자위대의 군함들도 미 해군에 뒤질 새라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도처에 널린 잠수함, 건조비만 1조6000억원 이상이고 18개의 대공표적을 동시에 대응할 수 있어 ‘꿈의 구축함’이라 불리는 이지스함 등.


  전투 경험이 아직 없는 해상자위대의 군함은 마치 갓 뽑아낸 새 차 마냥 싱싱했다. 그러나 이것들이 과거 일본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또다시 출병을 시작한다면…. 염천에 소름이 돋는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사실 대부분의 일본군사전문가들은 일본이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본은 군사대국이라고 지적한다. 국방비 규모만으로도 미국에 이어 세계2위다.


  이미 일본은 지난 76년 ‘방위대강(防衛大綱)’을 발표한 이후 첨단무기 위주의 질 높은 방위력건설에 역점을 두어왔으며, 탈냉전 이후인 95년에는 ‘신 방위대강’을 통해 자위대의 장비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부대구조 개편 등을 통해 인원을 정예화하고 있다. 주변사태법이 통과된 지난해부터는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갖가지 훈련들을 도처에서 벌리는 한편 자위대 각부대의 임무규정도 바뀌고 있다.


  특히 올 2월16~24일에 행한 미·일간의 대규모 합동 도상훈련 ‘야마자쿠라 37(Road to War)’도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것이었다. 이 훈련에서는 지난 60년 이래로 한번도 거론된 적이 없는 자위대의 ‘치안출동 상황’을 정비·점검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었다. 이제 일본의 주된 방어목표가 북(러시아)에서 서(한반도)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또 지난 9월3일 도쿄에서 벌어진 재난방지훈련에 자위대가 대규모로 참여한 것도 최근의 자위대의 역할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일본정부는 23년 9월1일 도쿄근처를 강타한 관동대지진을 반면교사로 삼아 매년 이맘때면 재난방지훈련을 벌이곤 했다. 지진이 유난히 많은 일본으로서야 당연한 대비다. 더구나 올해는 도쿄 앞바다의 미야케지마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국민들에게 재난대비훈련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훈련은 뭔가 다른 의도가 분명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13배나 많은 7100명에 이르는 육상·해상·항공자위대원이 재난방지훈련에 참여했다. 재난구조훈련에 헬기편대 비행이 줄을 이었으며 대전차 헬기가 출동하고 장갑차가 동원됐다는 사실만 보아도 재난훈련을 빙자한 군사퍼레이드라고 부르는 편이 더 타당하다.


  이미 헌법개정을 위한 헌법조사위원회가 국회에 설치된 마당이지만 군대 아닌 군대로서의 자위대의 위상을 국민들에게 주지시키려는 보수우익의 집요한 노력인 것으로 보인다. 군대로서의 자위대는 일본의 평화헌법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방위만을 강조하는 자위대가 전전의 침략군대로 전환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과거의 침략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도 없고 되레 미화하려고만 드는 그들의 본심은 아직 믿을 수 없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요코스카에서 겪었던 염천 속의 전율을 잊지 말아야겠다.

 

2000년 9월 7일 조용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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