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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희년교회

희년(禧年·The Jubilee)은 50년만에 잃었던 땅을 되찾고 노예가 풀려나는 은혜의 해입니다(레위기 25장).
안식·해방·복권의 희년은 시공을 뛰어넘어 요청되는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희년 칼럼잠실희년교회에 오신걸 환경합니다.

여의춘추090108-꿈이 필요합니다

작성자 : 운영자  /  등록일 : 2009.01.12 (08:39)  /  조회 : 1,496

여의춘추090108-꿈이 필요합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일본 도쿄에 체류하면서 연구와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새해 시작과 함께 현업으로 복귀했습니다. 불과 며칠 새 시간은 몇 배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반가운 얼굴을 다시 만나는 것은 역시 기쁨입니다.

  그런데 보이는 풍경, 들리는 이야기는 한 결 같이 처지고 우울합니다. 최악의 세계경제 침체가 한국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10년 전 외환위기 땐 그래도 금 모으기다, 눈물의 구조조정이다 하면서 이를 악물고 견디자는 분위기였는데 말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우리 경제는 위기 아닌 적이 없었다, 그때마다 위기를 뛰어넘어 경제의 볼륨을 키우고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되는 결실을 얻었다’는 낙관론도 보입니다. ‘이번 침체는 골이 깊어 회복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들립니다.

  과거 우리가 겪은 위기는 세계경제 흐름과는 조금 다른 우리만의 문제였습니다. 때문에 위기극복 환경은 비교적 양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위기가 지구적인 규모라서 세계경제가 회복국면으로 돌아서지 않는 한 우리의 위기 극복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미즈카미 쓰토무(1919∼2004)가 쓴 ‘홀로 선 눈 먼 소녀 오링(1975)’이란 소설이 생각납니다. 주인공 오링은 태어날 때부터 눈이 안 보입니다. 어느 한겨울 가난에 떠밀린 부모는 어린 오링을 버리고 야반도주를 합니다.

  결국 가난한 이웃들이 오링을 십시일반으로 먹이고 입혀 키웁니다. 비록 눈이 멀었지만 오링이 홀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샤미센이란 악기와 노래를 가르치는 곳에 보내 예능인으로 살아가도록 배려합니다. 소설은 이웃의 도움으로 자라서 사랑하며 그리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오링의 일생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목은 ‘홀로 선…’으로 돼 있지만 오링에게는 따뜻한 이웃이 있었습니다. 특히 가난한 이웃들이 오링의 삶과 미래를 배려하는 점은 참 인상적입니다. 대단히 창의적입니다. 눈이 멀었지만 예능인으로라면 제 앞가림할 수 있으리라는 이웃들의 발상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는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봐도 쉽게 헤어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세계경제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고통 분담, 연대와 협력을 다시 점검하면서 우리의 바람직한 미래는 무엇인지 곰곰 따져봐야 합니다.

  오링의 이웃들이 오링에게 가장 적절한 삶의 해법을 제공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 걸맞은 우리의 미래를 꿈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선진 각국들은 자본주의의 종말이 온 게 아니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비롯해 투기자본의 감독체계 정비, 제조업 중시 등의 현실론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기에 휘둘리고 있는 우리 사회에는 본질적인 의문은 고사하고 시스템의 문제를 재론하고 재구축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밑도 끝도 없는 구조조정이란 말이 앞서 달리고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구호성 대응에 허둥지둥할 뿐입니다.

  엊그제 정부가 위기대응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녹색 뉴딜’도 녹색성장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에서 이름만 빌려왔을 뿐 내용은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들겠다는 게 주류입니다. 토건 경제를 통한 단기적인 일자리 제공이 고작입니다. 창의적인 발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출산·고령화, 대외의존경제 등의 해법을 비롯해 정보화 사회, 금융업 분야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와 방향을 앞세울 것인지 등 새로운 비전을 꾸려내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30년 후, 50년 후, 100년 후 자신들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를 궁금해 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희망을 잃은 것입니다.

  경제위기라고 경제이슈만 따진다면 더욱 위축될 뿐입니다.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는 더욱 비전이 필요합니다. 꿈이 필요합니다.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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